MBC 수목드라마 붉은달 푸른해가 종영했다.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주제와 미스터리 장르의 특성상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드라마가 되기는 어려움이 있다. 동시간대에 송혜교, 박보검 주연의 '남자친구' 가 방송하고, 장나라가 활약하는 막장냄새나지만 매력적인 '황후의 품격'과 경쟁했으니 더 그랬을거다.
붉은달 푸른해는 시청률 5~6%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그 정도면 선방한 것이라 생각한다. 시청률 문제를 떠나서 스토리가 탄탄했고, 연출이 좋았다. 출연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고, 귀여운 아역들의 연기조차 허술함이 없어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였다. 내가 재밌고 만족스럽게 봤으니 그거면 된거다.

그런데 마지막회를 보고나서 조금은 엉뚱한 의문이 생겼다.
마지막회에서 이미 죽음을 맞이한 고아 은호(차학연)의 친형이 정신과 의사 윤태주로 밝혀졌고, 그가 범인인 붉은 울음이었다. 어릴적 부모에게 버려진 형제가 따로 자라다가 우연히 다시 만나 같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설정.
그런데 아기였던 은호가 고아원에서 자라게 되고, 그 보다 11살이 더 많은 형은 미국으로 입양은 갔다는 설정은 썩 매끄럽지 않다. 보통 입양은 어릴수록 더 유리하다. 입양하는 부모들도 인격형성이 거의 다 된 큰 아이보다는 어린 아이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을 수록 입양가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
함께 발견되어 보호를 받은 형제 중에 아기였던 은호는 입양을 못가고 열 몇살 먹은 형만 미국까지 입양가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은호와 태주의 외모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
은호(차학연)는 아무래도 극중에서 형사로 등장하는 이이경과 닮은 것 같다. 사실 드라마 방영 초반에.. 두 사람이 어릴 때 헤어진 형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약간은 있었는데, 전혀 다른 인물이 형으로 나와서 허탈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언제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두 사람이 형제로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은 엉뚱하고 주관적인 의문점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생각은 그렇다.
이제 수목에는 뭐보나? 오늘부터 드라마 뭐하는지 살펴봐야겠네.

패키지 여행의 최대 장점은, 아무 것도 알아보고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행사에서 시키는 것만 준비하고, 내가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환전만 잘 해두면 여행준비는 끝나지 않는가?

정말로 아무 준비 없이 무턱대고 떠난 패키지 여행이었기 때문에, 터키에서 지중해를 볼 수 있는 지를 전혀 몰랐다.

1년 중 가장 춥다는 1월이었다. 폭설이 내려 고속도로에 버스가 갇혀버리고, 근처 휴게소에서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우던 끔찍한 일정속에서, 우리는 그래도 지중해를 만났다. 겨울이라도 지중해는 지중해다. 안탈리아에 도착하자 놀라울만큼 포근한 바람이 느껴졌다. 카파도키아의 매서운 추위가 어제의 것이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안탈리아는 1년 중에 무려 11개월이 휴가온 여행객들로 붐비는 항구도시라고 했다. 우리가 갔던 1월은, 그 나머지 1개월이라는 설명을 듣고 실망을 했다. 실제로 바닷가 인근의 식당들은 모두 문을 꽁꽁 닫고 있었고, 작은 기념품 샵 몇몇이 문을 열고 있었다.

해적선 처럼 보이는 이 배는, 안탈리아 해안을 관광하는 유람선이다. 패키지여행 선택관광에 이 유람선 탑승이 있었지만, 우리는 타지 않았다. 흐린 날씨에 인적드문 바닷가를 유람하기 보다는 인근의 작은 기념품 샵을 들러보고, 커피도 한 잔 하고 싶었다.

유럽여행이라고는 가본 적 없는 나는, 흰색과 파란색 건물과 지붕들이 줄지어 있는 산토리니 바닷가 같은 풍경을 동경한다. 그런 느낌이 좋아서 찍어 본 건물사진이다. 건물 한 가운데를 슬쩍 가리고 있는 저 굵은 나무가 괜히 좋다.

카메라를 갖다 대면서, 맑은 날씨였다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날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추위와 폭설을 떠올려보면 이 정도 날씨도 감사하다. 기온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는 몰라도, 두꺼운 외투를 입고 야외테라스에 앉아서 커피를 마셔도 좋을 만큼 포근했다. 겨울이라는 것은 확실히 느껴졌지만 하늘하늘 부는 바람에 온기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유람선을 타는 1시간 남짓 동안에 열심히 기념품샵을 구경했다. '예쁜 쓰레기'라고 생각되는 기념품들을 여러 개 사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 지중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좋은 카페였다. 여기는 일년 내내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서 가게 좌석 대부분이 야외에 오픈이 되어있었다. 실내에 좌석이 있기는 했지만, 날씨도 포근했고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바깥자리에 앉았다. 우리가 갔던 1월에는 너무나 조용한 가게였지만, 기온이 높은 계절에는 이 카페에도 손님들이 바글바글대고 있겠지 싶었다. 서빙을 해주시는 친절한 아저씨께 사진도 한 장 부탁하고, 맛있는 커피도 마셨다. 카페라떼를 주문했는데, 맛은 우리나라 커피 맛과 비슷하다.

터키여행을 마치고 와서 알았지만, 터키해안가의 서쪽에 내가 괜히 가보고 싶었던 산토리니가 있었다. 긴 시간 비행기를 타고, 그 곳에 가 볼 기회가 다시금 있을까? 먹고 사는 일에 치이고 치여서 이제는 멀리 떠나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미친척하고 떠났던 터키여행이, 그래도 대견하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말주변 좋던 키작은 가이드아저씨의 말이 떠오른다. 터키도 나름 유럽이라고, 여기도 나름 지중해라고 말이다. 나도 가봤다. 유럽.. 지중해..

 

터키의 여행코스는 주로 이스탄불에서 시작하여 앙카라, 카파도키아, 안탈리아로 이어진다. 공항이 있는 이스탄불은 북서쪽으로 치우쳐져 있으며 불가리아, 그리스와 인접해있다. 수도인 앙카라는 이스탄불보다 동쪽에 있고, 카파도키아는 그 보다 더 동남쪽에 위치해있다. 터키여행자들이 방문할 수 있는 가장 동쪽 관광도시가 카파도키아라고 생각한다. 카파도키아 동쪽에도 터키의 영토가 있지만, 남쪽에 있는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등 분쟁이 많은 국가들과 인접해있고 IS의 영향도 있어서 관광객들은 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카파도키아는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성된 독특한 지형들이 특징적인 도시다. 오랜시간에 걸쳐 풍화작용이 일어나면서 유명한 버섯바위들이 만들어졌고, 이 바위들의 무른 성질 때문에 사람들이 굴을 파고 들어가 살기도 했다. 벨기에의 한 만화가가 이 버섯바위를 모티프로 스머프 마을을 상상해내고 만화로 탄생시켰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사실, 이 버섯바위에는 슬픈 역사가 묻어있기도 하다. 기독교 박해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람들이 죽임을 당할 때, 기독교인들이 목숨을 건지기 위해 바위굴을 파고 숨어들었다고 한다. 카파도키아에는 버섯바위 뿐만 아니라 큰 규모의 지하도시도 존재한다. 신기하고 신비로운 지형과 기암괴석 뿐만 아니라 종교박해의 역사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매우 추운 날씨에 도착했던 카파도키아. 두꺼운 옷을 입고 스카프를 칭칭 둘러맸지만 어쩔 수 없는 추위에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드넓게 펼쳐지 괴이하고도 웅장한 카파도키아의 지형에 입이 떡 벌어졌었다. 사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좋은 경치는 눈에 가득 담고 기억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나였지만, "이 장면은 사진에 담아야해!" 하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볼품없는 카메라와 사진실력으로는 그 좋은 경치를 이 정도 밖에 담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사진들을 열어보면 그 때의 벅찼던 느낌이 다시금 떠오른다.

 

엔랴쿠지가는 길에 '간사이쓰루패스'가 꼭 필요하다면, 엔랴쿠지에 도착해서 관광할 때 필요한 두가지는 '체력'과 '예습'이예요. 엔랴쿠지는 몹시 넓답니다. 이 안에 숙박할 수 있는 곳이 있을 정도로 넓은 지역이예요. 체력이 방전되었던 저는 다 돌아보지도 못 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교토의 다른 관광지에 비해 영어표기나 한국어 표기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엔랴쿠지에 들어서면서 관광지도를 챙겼지만, 아무리 들여다봐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다른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는 지역으로 줄줄 따라 들어갔습니다.

위 사진은 엔랴쿠지 초입에 위치한 건물이예요. 신발을 벗고 출입이 가능하며, 관광객들이 가장 많은 곳입니다. 엔랴쿠지 내에 꽤 많은 건물들이 있는데, 이 곳이 중심이 되는 본당 같은 느낌이었어요.

돌계단을 따라 한참을 내려 간 뒤에 만난 작고 정갈한 느낌의 건물입니다. 교토 은각사에서 본 모래정원과 비슷한 모습이네요. 일본 사찰의 스님들은 사찰 마당에 모래로 마음수양을 하시는가 봅니다.

걸어도 걸어도 계속 끝없이 길이 나옵니다. 오르막길, 내리막길, 계단, 등산로... 두 다리가 튼튼해서 잘 걷는 저도 지칠만큼 긴 길이예요. 엔랴쿠지 입구에 있는 큰 사찰에만 관광객이 바글바글할 뿐,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사람 마주치는 일도 드물어집니다.

엔랴쿠지 내 어느 사찰 내에 생뚱맞게 벤치가 있어서 앉았습니다. 거기 앉아서 백팩에 챙겨온 빵과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는 힘을 내서 조금 더 산책했어요. 엔랴쿠지 방문하시는 분들, 간식 꼭 챙겨가세요. 당 떨어집니다.

여담인데, 간식을 먹고 있을 때, 어떤 남자분이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한국인은 아니였구요. 혼자 여행 온 중국인이었던 것 같아요. 영어로 뭐라고 자꾸 말을 거는데, 영어를 못한다고 했지만 아랑곳 않고 계속 떠들더라구요. 말을 하면서 계속 입맛을 다시는 것이... 제가 먹을 것을 나눠주기를 바라는 건가 그런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소심하고 겁많은 사람이라 '빵을 좀 줄까?' 속으로 몇 번이나 고민하다가 그냥 말았어요. 한참을 떠들다가 제 반응이 미지근하니까, 인사도 없이 그냥 가버리더라구요. 외향적인 외국인이었다기 보다는 어딘가 부적절하고 불안한 모습이 보여서 저도 말대꾸하고 음식나눠먹기는 싫었던 것 같아요.

단체관광 온 것 같은 일본학생들이 떠들썩하게 지나갈 때, 그 외국인이 제 옆에 앉아서 말을 걸기 시작했는데, 그 학생들이 가버리고 나서는 아무도 없었거든요. 깊은 산속이라 뭔가 음산한 기운도 있었어요. 조용한 사찰 앞 벤치에,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리는 중국인과 단둘이 앉아있었다니, 약간은 소름이 끼치기도 합니다. 그냥 아무런 악의없이 배고픔에 이끌려 저의 선의를 바랬던 중국인이었을 수도 있지만요.

엔랴쿠지를 다 돌아보지는 못 하고 되돌아 나왔습니다. 넓어도 너무 넓습니다. 이 곳을 작정하고 다 둘러보려면 엔랴쿠지 내에 있는 숙박업소를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엔랴쿠지를 샅샅이 돌아보고 빠짐없이 산책할 만큼 사찰에 대한 관심이나 애착은 없으니 이 정도면 됐다 싶습니다.

내려오는 길도 멀어요. 그래도 케이블엔랴쿠지역에서 산아래 경치를 좀 구경하다가 내려왔습니다.

아래 사진의 노란색 건물이 케이블엔랴쿠지 입니다.

 

마지막 사진은 사카모토 케이블을 타고 내려와서 한 컷!

이게 끝이 아니지요. 여기는 사카모토 니까요. 게이한 전차를 타고 교토 시내에 가서 숙소에서 짐을 찾아야합니다. 그리고 열차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오사카에 있는 숙소까지 되돌아가려면 아직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습니다.

 

간사이 쓰루패스를 구매하여 간사이지역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주로 교토나 나라, 고베 등을 여행하는데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간사이 쓰루패스로 이동할 수 있는 관광지는 많지만, 거리가 멀고 여행일정이 짧은 까닭에 구석구석 활용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간사이 쓰루패스 이용구간 지도를 보시면, 서쪽 끝에는 아름다운 히메지성이 있습니다. 동남쪽에는 고야산이 있고, 동북쪽에는 비와코호수와 엔랴쿠지가 있어요. 4주간의 긴 여행을 계획하면서, 히메지성과 비와코호수, 엔랴쿠지를 방문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요. 히메지성은 공사 중이라서 아름다운 성의 모습을 잘 볼 수가 없다는 슬픈 소식을 접하고 포기를 했습니다. 굳이 가려면 갈 수야 있었겠지만, 히메지성을 포기하고 비와코호수 근처에 있는 히코네성 주변에서 2박을 하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하였습니다.  

그리고 엔랴쿠지는 예정대로 다녀왔습니다. 교토에서 게이한 전차를 타고 '하마쓰오'로 갑니다. '하마쓰오'역에는 '이시야마데라'역으로 가는 열차와 '사카모토'역으로 가는 열차가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이시야마데라'로 향하는 열차네요. 엔랴쿠지로 가는 사카모토 케이블을 타기 위해서는 당연히 '사카모토'행 열차를 타야겠지요.

'사카모토' 역에서 내렸을 때, 좀 어리둥절 했습니다. 저는 사카모토 역과 케이블타는 곳이 인접해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아래 사진에 보이는 도리이를 지나서 한참을 올라가야 사카모토케이블이 나옵니다.

간사이쓰루패스를 내밀고 사카모토케이블 티켓을 받았습니다. 쓰루패스가 없다면, 사카모토케이블 티켓을 따로 사야하는데, 왕복 요금이 1600엔을 넘습니다. 쓰루패스 2일권이나 3일권을 사서, 그 중 하루를 엔랴쿠지에 투자해도 손해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케이블 요금입니다. 교토에서 사카모토까지의 교통비와 케이블 요금을 더하면, 간사이패스를 하루쯤은 여기에 써도 좋겠다는 판단이 듭니다.

사카모토 케이블은 정각과 30분에 출발합니다. 사진 가운데 보이는 열차가 사카모토케이블 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산에 있는 케이블카와는 다른 모습이예요. 사카모토 케이블은 철로 위를 달리는 열차의 모습과 가깝습니다.

사카모토 케이블에 탑승하고 출발을 기다리는데, 조금은 두근두근 했습니다. 팔공산 케이블카도 타본적 없는 사람이라, 처음 타보는 지면을 달리는 케이블이 신기하기도 했어요.

케이블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서 산 위로 올랐습니다. 초록빛 산림이 우거진 가운데를 확 뚫고 지나갈 때는, 무언가 신비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멀리 비와코호수가 보일 때도 신기했습니다.

한참을 달려서 케이블 엔랴쿠지에 도착하니까, 그 높이가 실감이 났습니다. 비와코 호수와 인근의 마을들이 훤히 보이더라구요. 날씨가 더 맑았다면 더 멀리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살짝 흐린 날씨라서 먼 곳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역사건물 위층에는 전망대가 있으니까 바로 엔랴쿠지에 들어가지 마시고 전망대에서 아래를 한 번 내려다 보시고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진은 엉망이지만, 직접 눈으로 봤을 때, 운치 있고 전망이 괜찮았습니다.

케이블엔랴쿠지에 내려서 한참을 다시 걸어올라가야 엔랴쿠지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엔랴쿠지 초입에 들어섰다고 좋아하실 일도 아닌것이, 엔랴쿠지는 엄청나게 넓어서 다 돌아보려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체력소모도 엄청납니다. 엔랴쿠지 관광에 꼭 필요한 두 가지가 '간사이쓰루패스'와 '체력'인 것 같았어요. 패스가 없으면 비용이 많이 들고, 체력이 없으면 엔랴쿠지를 돌아볼 수가 없답니다. 컨티션이 좋은 날에 엔랴쿠지 관광을 계획하시길 바랍니다.

 

이번에는 히코네에서 만난 맛집 '스위스'에 대해 알려드릴까해요. 스위스는 아주 찾기 쉬운 위치에 있습니다. 히코네성에서 강을 향하는 방향으로 찾아가면, 강 건너자마자 스위스가 보입니다. 그리 큰 가게는 아닙니다만, 단층건물 벽이 온통 담쟁이 덩굴로 덮여있어서 특이한 인상을 주는 가게예요. 주변이 휑하기 때문에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가게예요.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아주 오래된 경양식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가 납니다.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식당안에서 담배를 피는 손님들이 있어서 조금 불편하긴 했습니다. 시골에 있는 오래된 가게이고, 카페를 겸하고 있다보니까 담배피는 것을 허용하는 모양이더라구요. 한국이었다면 밥먹는 걸 포기하고 그냥 나왔을 것 같아요. 하지만, 히코네에서는 아는 가게도 없고 배도 몹시 고파서 담배냄새를 참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스위스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함박스테이크예요. 제가 방문했을 때는 함박스테이크가 단돈 500엔이었습니다. 밥이 따로 나오지 않기때문에 밥을 추가해서 600엔에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시골이다보니까 영어로 된 메뉴판도 없고 온통 일본어 뿐이었어요. 사이드 메뉴가 있다면 더 맛보고 싶기도 했는데, 뭐가 뭔지 알수가 없어서 함박스테이크만 먹게 되었어요. 함박스테이크는 크기는 그리 크지않아요. 500엔 스테이크를 크게 만들 수는 없겠죠? 슬라이스한 양파를 구워서 곁들이고, 반숙으로 익은 달걀도 얹어줘서 좋았습니다. 고기양이 적긴 했지만 간도 짭짤하고 맛있어서 밥이랑 함께 먹기 딱 좋았어요.

히코네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잘 방문하지는 않는 곳입니다. 제가 머물렀던 2박3일간 한국인은 커녕, 다른 나라의 관광객들도 마주치지 않은 것을 보면요. 혹시나 히코네에 방문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함박스테이크 드시러 '스위스'에 가보세요. 후회는 하지 않으실 겁니다.

교토에서 JR을 타고 1시간을 더 이동하여 도착한 히코네 마을.

히코네에서 이틀간 지냈던 게스트하우스 '무가'와 함박스테이크 맛집 '스위스'에 대해서 알려드릴게요.

일단, 히코네 방문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저보다는 일찍 도착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저녁 8시쯤 히코네역에 도착을 했더니, 깜깜했어요. 시골마을이라 가게들도 일찍 문을 닫더라고요. 열려있는 상점이라고는 편의점 뿐, 숙소를 찾기위해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니, 편의점 불빛조차 보이지 않아서 심장이 콩닥콩닥 했답니다.

지도에 표시된 부분이 게스트하우스 '무가' 입니다. 히코네 역에서 직진-좌회전-직진-우회전을 반복하면 찾아갈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숙소를 찾기까지 험난한 여정을 경험했습니다. 원래 지도를 잘 못 보는 지도무식자라서 긴가민가하면서 찾아다녔는데, 큰도로에서는 숙소가 보이지 않아서 지나쳐버린 것입니다. 숙소를 지나쳐서 강이 흐르는 다리까지 내려가버려서 아차싶어서 얼른 뒤돌아섰습니다. 때마침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여학생이 있어서 어렵게 길을 물어봤어요. 그런데 이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알리가 없는 학생은 지도를 물끄러미 보다가 강 건너 엉뚱한 방향을 가리켰어요. 분명히 강을 건너기 전에 위치해있는 곳인데 말이죠. 순간, '아, 이 학생도 지도무식자구나.' 생각하면서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인사를 하고 다시 저는 제 갈길을 갔습니다.

혹시나 게스트하우스 무가에 방문하실 분들을 위해서 숙소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위 지도에 표시된 프렌드 마트를 찾으시면 쉽습니다. 당시에는 정확한 이름도 모르고 왔는데, 지금보니까 이름이 프렌드네요. 이 수퍼마켓은 큰 길가에 있어서 방향만 맞게 이동하셨다면 쉽게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숙소는 수퍼마켓 뒤쪽에 위치한 주차장을 통과하여 마을쪽으로 난 골목길로 들어가시면 바로 찾을 수 있어요. 대문이 나무로 된 오래된 단층 건물인데, 문 옆에 한자로 '무가'라고 적인 나무 현판이 있습니다. 큰 캐리어를 달달 끌고 온동네를 누비며 찾아다니던 이 숙소를 마주했을 때, 저는 막 눈물이 날 것같이 감격했답니다. 하루 일정이 너무 고단했는데, 숙소를 못 찾고 노숙하는 상황까지 오게될까봐 겁이 좀 났었거든요. 이 동네에는 거리에 비지니스 호텔이나 다른 숙박업소 조차 보이지가 않아요. 가정집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는 아마 몇군데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골목 안쪽에 있거나 눈에 잘 띄지는 않으니, 꼭 숙소를 예약하신 뒤 위치를 잘 알아보고 방문하세요.

첫 날은 씻고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고, 늦잠자고 일어나서 숙소를 살펴봤습니다. 안채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인 부부가 거주하고 있고, 손님들도 들어가서 부엌과 마루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별채가 손님들이 묵는 객실이며, 방이 총 2개있고, 도미토리로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아마도 남녀 나누어서 손님을 받는 것 같았어요. 위의 사진은 별채에 있는 세면대 입니다. 가운데 쌓여있는 천조각은 손을 씻고 물기를 닦으라 두신거예요. 짜투리 천으로 직접 만든 것 같은데, 사용한 수건은 아래에 있는 세탁통에 넣으면됩니다.  세면대 앞에는 욕실 한 칸과 화장실 한 칸이 있어요.

객실에는 아래층에 2명, 위층에 2명이 지낼 수 있는 이층침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캐리어를 둘 곳이 마땅치 않아서 바깥에 두었어요. 제가 묵었던 때는 저랑 외국여성분 한 분, 이렇게 두 명밖에 없어서 널널하게 사용했습니다.

제가 누워있는 자리에서 바라본 마당풍경입니다. 방 한쪽 벽이 저렇게 큰 창으로 되어있어서 옷을 갈아입거나 잘 때는 커튼을 치고 낮에는 열어두었어요.

이 곳은 안채에 있는 마루예요. 게스트하우스 주인 부부가 머무르는 곳이지만, 손님들이 식사하거나 쉴 때, 부엌과 마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마당에서 안채로 들어가는 저 여닫이 문이 뻑뻑해서 잘 열리지가 않았는데, 때마다 주인아저씨께서 달려와서 열어주신 게 조금 미안했어요. 저는 이 곳 게스트하우스가 아주 오래된 가옥이라고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그 때 주인아저씨께서 설명을 해주셨답니다. 마루에 나있는 여닫이 문이 100년도 더 된 문이라서 여닫기가 힘들다고요. 문은 틀만 나무로 되어있고, 안쪽은 유리판으로 되어있었어요. 문을 만들었을 당시에는 유리를 평평하게 만드는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유리에 굴곡이 있어서 부드럽게 열리지 않는다고 설명해주셨어요.

여담이지만 정말 신기하지요. 저는 영어를 1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외국여행을 가도 한국말을 하면서 손짓발짓을 하거나 아는 영어단어 한마디 뱉는게 전부인데, 주인아저씨께서 설명해주시는 말을 거의 알아들었다는게 신기하지 않나요? 중학교때부터 대학교 교양영어까지, 정말 쓸데없는 공부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100프로 헛일은 아니었나봅니다. 물론 아저씨께서 아주 천천히, 쉬운 단어만 선택해서 영어로 말씀해주시긴 했습니다. 그 전날 체크인 할때부터 맹~한 제가 영어 한마디 할 줄 모른다는 걸 간파하셨거든요. 감사합니다. 아저씨! 

이 사진은 안채에서 찍은 마당 사진입니다. 건너편에 별채가 보이시죠? 하얀 커튼이 쳐져있는 제 방도 보입니다. 햇볕 따뜻하게 들어오는 오전시간에 안채 마루에 앉아서 따뜻한 차 한잔, 책 한권 섭취하는 것도 나른하고 좋은 일정일 것 같아요. 저는 책이 없어서 그냥 멍때리고 앉아서 차 한잔을 마셨습니다. 빡빡한 관광일정이라면 엄두도 못 냈을 여유죠. 낯선 외국의 낯선 마을에서, 조금은 이국적인 마당풍경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앉아서 생각에 잠기는 시간. 쓸쓸하고 불안한 마음이 가슴 한 켠에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요. 조용하고 아늑했던 게스트하우스 '무가'가 저에게는 그립고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교토에서 3박을 묵었던 숙소, 게스트하우스 '산티아고'의 후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간사이 지역에서 4주간 머물렀던 저는, 빠듯한 예산때문에 저렴한 숙박비를 우선으로 숙소를 선정했습니다. 그 다음은 숙소의 위치 그리고 시설 순으로 고려하여 예약한 숙소입니다.

4주 정도 되는 일정동안에 숙박비 예산이 70만원 남짓이었기 때문에, 1박에 3만원이 넘어가는 숙소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해외 호텔사이트에서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니까, 교토가 오사카보다는 숙박비가 조금 더 비싸더라구요. 오사카에서는 손바닥만한 방이더라도 개인공간이 있는 곳을 찾아서 예약했는데, 교토에서는 제 예산으로는 방은 어림도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바로 포기를 했습니다. 그냥 도미토리로 예약 가능한 게스트하우스를 몇 군데 뽑아서 비교를 해보았는데, 또 한 차례 멘붕이 왔어요. 대부분 남녀가 구분없이 사용하는 혼성 도미토리 더라구요. 그래도 한국은 남녀 구분하여 숙박하는 도미토리들이 많이 있잖아요. 외국은 우리나라와는 문화가 다르다는 걸 또 한 번 피부로 느꼈습니다. 이런 저런 조건들을 모두 포기하고 1박에 3만원이 안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한 곳이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 입니다. 사실, 오사카 숙소 두 곳과 히코네 숙소까지 예약하느라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라서 교토의 숙소는 조금 대충대충 예약을 했다는 말이 맞겠네요. 어찌됐는 교토에 머무르는 동안 내 한 몸 뉘일곳은 예약을 해두었으니, 그럼 된겁니다.

- 숙소 위치와 교통

산티아고는 기요미즈데라(청수사)와 인접한 곳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입니다. 그래서 주변에 지나다니는 관광객들이 많고, 버스노선도 많이 지나고 있어서 다른 관광지로 이동하기 편리합니다. 왼쪽에 있는 지하철 기요미즈고조역과는 500m쯤 떨어져있고, 북쪽에 있는 야사카 신사까지는 600~700m정도 떨어져있어서 충분히 걸어다닐 만한 거리입니다.

숙소에 체크인하기 위해서 찾아갈 때, 기요미즈고조 역에서 내려 숙소까지 걸어갔었는데, 캐리어를 끌로 이동하기에는 살짝 지칠만한 거리였지만, 백팩 하나 메고 지하철을 타러 갈 때는 무척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 편의시설

오사카는 어떤 동네라도 주변에 많은 편의점과 수퍼마켓이 있기 마련이지만, 교토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사카보다는 편의점의 숫자가 적고, 곳곳에 자판기만 보일 뿐, 수퍼마켓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산티아고에 숙박하면서 무척 반가웠던 것은. 야사카신사 방향으로(기온방향) 200m쯤 올라가면 꽤 큰 체인수퍼마켓이 있었다는 겁니다. 오사카의 타마데 마켓처럼 화려하고 먹음직스러운 도시락이 많이 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신선한 샐러드와 소박한 초밥도시락, 절인 채소와 어묵같은 반찬거리 정도는 살 수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공용냉장고가 있기때문에, 1리터짜리 오이시이 우유와 명란젓을 사두고 매일 야금야금 꺼내먹었습니다. 이 곳 수퍼마켓에 파는 즉석밥과 반찬을 사두고 아침밥을 간단하게 차려먹고 다녔더니 경비도 절약되고 시간도 아낄 수 있었어요. 편의점은 기온거리 근처에 많이 있습니다.

오사카와는 또 다르다고 느낀 점이, 길거리에 저렴한 식당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한국의 김밥천국이나 분식점 같은 곳 말이예요. 오사카에서는 체인점 '요시노야' 같은 간단한 고기덮밥이나 카레 등을 파는 만만하고 저렴한 식당들이 동네에 널려있어서 아침에 간단히 한 그릇 사먹기 좋습니다. 가격도 500엔 이하로 저렴하고 양도 많지 않아서 아침에 숙소에서 나와 한 끼 때우기에 딱 좋은 그런 식당 말입니다. 산티아고 주변에는 그런 식당은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주로 수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와서 아침식사를 하고 나갔습니다.

 

- 게스트하우스 내부 시설

가장 중요한 게스트하우스의 내부 시설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일단 건물 1층은 카페입니다. 게스트하우스와는 별개의 카페이지만, 운영자가 같은 분인지, 숙박하는 사람이 브런치를 사먹을 때 할인혜택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저는 사먹지 않았습니다. 기름진 소시지와 에그스크럼블 같은 브런치는 밖에서 먹는 것으로 충분하니까요. 아침에는 무조건 밥을 먹었습니다.

카페 좌측에 나있는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 게스트하우스 데스크가 있습니다. 청소시간에는 데스크에 직원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데스크 바로 옆 휴게공간에 앉아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휴게실은 그리 넓지는 않지만 공용 냉장고와 전자렌지, 정수기, 인터넷검색을 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습니다. 휴게실과 마주보는 작은 방은 캐리어를 보관해두는 창고입니다. 저도 체크아웃하는 날, 이 곳에 캐리어를 맡기고 저녁까지 놀다가 짐을 찾아서 오사카로 돌아갔었습니다.  

산티아고는 좁고 긴 건물이라서 객실은 3층과 4층에 있습니다. 화장실은 각 층마다 2칸씩 있는데, 늘 청결한 편이었고, 갈 때마다 비어있어서 줄을 서거나 기다린 적은 없습니다. 제가 묵었던 3층의 객실은 16인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객실 문을 열면 양쪽으로 침대가 4개씩 2층으로 되어있습니다. 프레임을 가져다가 설치하는 2층 침대가 아니라 목재로 방자체에 침대형 구조를 심어놓은 것이라서 침대에 올라가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심하게 나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지요. 저는 1층을 사용했는데, 2층에 덩치가 엄청 큰 중국인 남성분이 사용을 하셔가지고 조금 불편하고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사다리를 이용해서 올라가실 때 마다 쿵쿵거리면서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1층 침대 밑에 넓은 공간이 있어서 캐리어를 두고 사용하시면 되고, 침대에는 커튼이 달려있어서 외부시선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각 침대마다 콘센트가 있어서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도 있고, 개인조명도 달려있습니다. 문을 닫을 수 있는 사물함 같은 공간도 있는데, 폭이 너무 좁아서 그냥 화장품이나 물병 올려놓는 용도로만 사용했습니다. 객실 밖에 자물쇠가 달린 사물함이 있으니 가지고 다니기 힘든 귀중품은 그 곳에 보관하시면 됩니다. 샤워실은 2층 데스크 옆에 있고, 수용인원이 많다 보니까 샤워실 칸이 많습니다. 오전 시간에 외출하는 사람들이 조금 몰리기는 하지만 그 시간 외에는 한산합니다.

 

- 숙박 후 총평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의 위치나 숙박비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우나 남녀 혼성 도미토리라는 점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관광객들이 숙소에 머무르는 시간은 많지 않으니 16인실이라고 해도 객실이 시끄럽거나 복잡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새벽시간에도 객실을 드나드는 사람이 몇몇있고, 시끄럽게 코를 고는 사람이 한 두사람 꼭 있다는 점은 각오하고 가셔야 합니다. 첫날은 도미토리에 적응이 잘 되지 않아서 잠을 좀 설쳤고, 둘째 셋째날은 낮에 어머어마하게 걸어다닌 덕분에 피곤에 쩔어서 푹 잘 잤습니다.

여행가서 휴식을 편안하게 잘 취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비지니스 호텔이나 시설좋은 숙박업소를 찾으시면 좋겠어요. 저처럼 비용을 제일 먼저 고려하시거나, 외국인 여행자들과의 교류와 배낭여행의 낭만같은 것을 추구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할 만한 게스트하우스예요. 제가 머문 객실만 해도 중국인, 독일인, 미국인, 한국인 등 여러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있었고, 특히 배낭여행 온 백인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상으로 교토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의 숙박 후기를 마치도록 할게요~

궁금한 점은 글 남기시면 대답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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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여행 당일치기 관광 팁 2>

 

교토를 방문하여 가장 유명한 사찰인 기요미즈데라(청수사)를 방문하셨다면, 물흐르듯 흘러가게되는 코스가 산넨자카-니넨자카-야사카신사-기온거리로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청수사에서 내려오시다 보면 오른쪽으로 난 길이 있는데, 아래 사진처럼 나무로 지어진 일본가옥들과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이 있는 골목입니다. 길이 꽤 길지만 예쁜 기념품이나 그릇 등을 파는 가게들이 많고, 간식을 사먹을 수 있는곳도 있어서 두리번 거리며 걸어내려가다보면 다리 아픈 줄 모르고 걷게되는 곳이예요. 어디까지가 산넨자카이고 어디까지가 니넨자카인지는 모호하게 느껴지지만 길 이름이 중요하지 않을 만큼 교토의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예쁜 길입니다. 봄이고 가을이고, 언제 가더라도 늘 사람이 북적거리더라구요. 청수사만큼이나 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명소라고 생각되는 곳입니다.

- 기념품가게의 물건들은 다른 관광지에 비해서 살짝 비싸다싶은 가격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거리의 명성과 어마어마한 관광객 숫자가 반영된 가격이겠지요. 하지만 물건들을 천천히 구경해보니까 퀄리티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나라의 사슴공원이나 청수사 입구의 기념품 가게들은 공장에서 대충 찍어낸 듯한, 뒤집어보면 'made in china' 라고 적혀있을 것 같은 품질의 물건들도 많이 있었거든요. 가격이 비싼만큼 흔하지 않아 보이고, 품질이 나빠보이지 않는 제품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 저는 이 거리에서 간식을 딱 두 번 사먹어봤는데요. 한 번은 간장 맛이 나는 당고를, 한 번은 김이 붙어있는 네모난 과자를 사먹었습니다. 당고는 동그란 경단모양(또는 팥죽에 넣는 새알같은 모양)의 떡을 꼬치에 끼워서 화로에 구워서 먹는 간식입니다. 가게에 따라 바르거나 얹는 소스가 다른데, 이 거리에서 파는 당고는 거의 간장소스를 발라서 구워주는 당고였습니다. 돈키호테에서 포장해서 파는 당고를 생각하고 하나 사먹었는데, 그 작은 당고를 다 먹지 않고 버렸어요. 너무 짰거든요. 돈키호테당고는 짭짤하고 달달한 맛이었는데, 여기 당고는 그냥 간장에 절인듯 짜기만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맛없는 가게에 잘 못 걸린 것 일 수도 있어요. 그 다음 방문 때는 네모난 모양에 김이 붙어있는 튀김과자를 사먹었습니다. 이 과자도 짭짤한 맛이 강렬했어요. 그러고 보니 일본전통과자들은 짜거나 달거나 한 가지에 과하게 충실한 것 같네요.

야사카신사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오다보면, 사찰건물이 여러 곳 보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정자처럼 생긴 건물에 등을 밝게 켜두고 전통의식을 치르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서 경건하게 의식을 치르는 것을 보았는데, 우리나라의 제사같은 풍습이 아닐까 생각하고 지나갔습니다. 사람들이 우르르서서 구경을 하기도 하는데, 솔직히 발견했을 때 잠깐 "우와." 했을 뿐, 보고있자니 조용하고 지루해서 그냥 금새 지나쳐갔습니다.

 

아마도 야사카 신사의 안쪽이라고 생각되는 위치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벚나무가 있습니다. 시골마을의 오래된 고목나무처럼, 나이가 정말 많을 것 같았습니다. 벚나무 자체가 우리나라와는 종자도 조금 다른 것 같고, 우리나라에는 어린 벚나무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런 느낌은 처음으로 받아봤어요. 나무 전체를 사진으로 담기위해서 한참을 뒷걸음질 쳐서 사진을 찍었어요. 나무 크기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크고, 아래로 늘어진 꽃가지들이 묘한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나무 아래에서 올려다보니까 나무가 내뿜는 아우라에 눌리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네요. 깜깜한 밤에 조명을 받고 있는 오래된 벚나무가 굉장했습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오사카여행을 꼭 벚꽃이 피는 계절에 가시기를 권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특히 교토여행은 더 그렇습니다. 교토에 벚꽃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야사카신사 내에 야시장이 열립니다. 오코노미야끼, 타코야끼, 야끼소바, 그 밖의 꼬치요리 등 맛있는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음식을 사먹는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테이블이나 돗자리 등도 설치해놓습니다. 몇년 전, 아무런 정보도 없이 교토에 방문했다가 우연히도 벚꽃축제 야시장을 구경한 일이 있습니다. 아무 기대없이 야사카 신사를 들렀는데, 야시장이 열린 것을 보고 신나서 뛰어다녔습니다. 사람도 많고 먹거리도 많고 조명이 비추는 벚꽃도 너무 예뻤거든요. 노점상에서 파는 음식들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고 맛도 괜찮습니다. 봄에 교토방문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3월말에서 4월초 쯤에 걸쳐서 벚꽃축제 기간을 노려보시기를 바랍니다.  

- 기온거리와 게이샤

야사카 신사 구경을 마치고 도로방향으로 내려오면 신사앞으로 기온거리가 펼쳐져 있습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기온을 기웃기웃 거렸을 때는, 번화가와 상점들 밖에 안보여서 '이게 뭐지?' 싶었어요. 도로가에 있는 번화가는 적당히 구경하시고 안쪽 골목으로 살짝만 들어가보시면 나무로 된 일본전통가옥들이 늘어서 있는 골목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입구에 예쁜 등이 켜있는 식당들 앞에서 사진도 찍고 걸어다니다가 큰 나무대문으로 된 집을 발견했는데요. 평범한 집이라기엔 담이 높고 크기도 너무 커서 한참을 구경했습니다. 그 때 마침 대문이 열리더니 일본전통옷을 입은(사무라이 같은) 나이든 남자 한 분이 밖으로 나왔어요. 그 뒤로 양복입은 신사와 기모노를 입은 여자 한 명이 대문 밖으로 따라나왔습니다. 얼굴과 목까지 온통 하얀 분칠을 한 게이샤를 맞닥뜨린거였어요. 양복입은 신사의 팔짱을 끼고 게이샤가 나풀나풀 걸어나가고 사무라이 같은 남자분은 문앞에 서서 머리가 땅에 닿도록 인사를 하더라구요. 그 대문이 큰 건물은 게이샤있는 요정? 술집이었나봅니다. 저는 기온거리가 예전에 게이샤가 있던 그런 곳들인줄 알았는데, 아직도 게이샤들이 있는 거였어요. 낮에 기온에 갔을 때도 가방을 들고 뒤뚱거리며 외출하는 게이샤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게이샤가 지나가는데 한국인 관광객들이 "게이샤다!" 외치면서 면전에서 사진을 찰칵찰칵 찍어대는데, 그건 보기가 좀 안좋았어요. 그런 행동은 하지 마시고 고운자태의 게이샤를 눈으로만 보고 오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게이샤는 다 미인인줄 알았는데, 나이들고 곱지 않은 그런 게이샤들도 상당수 있긴 했습니다. 너무 기대는 마시고 방문하세요.)

- 벚꽃죽제기간의 교토 방문 시 주의사항

주의사항은 딱 두가지 입니다. 많은 인파와 교통체증이죠. 벚꽃이 피는 기간에 교토는 평소보다 더 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듭니다. 외국인 관광객 뿐만 아니라 내국인들도 벚꽃을 보러 많이 방문을 하는 것 같았어요. 소매치기나 범죄의 위험이 큰 곳은 아니니, 복잡한 것은 조금만 감수하시면 되긴 합니다. 하지만 교통체증은 정말 힘듭니다. 은각사와 철학의 길을 구경하고 다시 기온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었는데, 버스정류장에서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버스를 오래 기다려서 지친 상태로 탑승을 했는데, 버스는 콩나물시루같고, 사람걸음보다 느리게 움직이고, 정말이지 최악이었습니다. 버스가 거북이 걸음이라서 멀미를 할 리도 없는데, 계속 토할것 같은 컨디셨이었어요. 참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버스에서 내려 걷는 것을 선택했을 정도입니다. 저는 그런 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정을 다니느라 녹초가 되었는데, 이 글 읽으시는 분들은 현명하게 일정을 계획하셔서 상큼한 기분으로 여행하시기를 바랍니다.

 

교토여행 산넨자카부터 기온까지의 산책기는 이상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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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오신 분이라면 캐널시티는 필수로 들러보셨을겁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쇼핑 단지 캐널시티.
수많은 제품 브랜드가 입점해있고, 식당과 맛집들도 많이 있어서 한 번 들어가면 몇시간이고 돌아다니며 놀수있는 곳이 캐널시티죠. 우리나라에는 백화점 1층에 럭셔리한 인테리어로 치장하여 자리잡고 있는 명품관들이.. 여기에는 무슨 전자제품 파는 할인매장처럼 되어있어서 조금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쇼핑에는 별 취미가 없던 저는.. 라멘스타디움 들러서 라멘 한 그릇 먹고는 대충 둘러보고 빠져나왔어요.
구름다리처럼 생긴 출구로 빠져나오니까 구시다신사가 바로 보이더라구요.
구시다신사는 작고 조용한 신사지만 곳곳에 예쁘고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있어서 사진기를 자꾸 꺼내게 됩니다.

이 붉은 색의 도리이가 늘어서 있는 곳은,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 나왔던 후시미이나리신사의 도리이를 떠올리게 합니다. 물론 영화 속 도리이는 훨씬 숫자가 많고 길어요. 하지만 구시다신사의 도리이는 옆에 핀 분홍꽃들과 어우러져서 더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느낌입니다.
도리이는 신성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경계를 의미하는 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의 신사마다 입구에 도리이가 설치되어있습니다.

이른 봄에 찍은 사진이라 아직 벚꽃들이 만개하지는 않았어요. 꽃이 활짝 펴 있을 때 신사를 방문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캐널시티를 방문하면서 잠시 들러보기에 좋은 구시다신사 라고만 생각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구시다 신사는 명성황후를 시해할 때 사용했던 칼을 보관하고 있는 신사라는 사실을 말이죠.
제가 신사를 참배하거나 기도를 드리러간것은 아니지만, 그런 칼을 품고있는 신사라는 것을 전혀 모른 채.. 신나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후쿠오카 여행가시는 다른 분들은 구시다신사를 가실 때, 알고 가셨으면 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도리이앞에서 손가락 브이 하면서 사진찍기보다는 신사에 보관되어있는 칼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다녀오셨으면 합니다. 아니면 차라리 구시다신사는 들르지않고 지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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