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여행 당일치기 관광 팁 2>

 

교토를 방문하여 가장 유명한 사찰인 기요미즈데라(청수사)를 방문하셨다면, 물흐르듯 흘러가게되는 코스가 산넨자카-니넨자카-야사카신사-기온거리로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청수사에서 내려오시다 보면 오른쪽으로 난 길이 있는데, 아래 사진처럼 나무로 지어진 일본가옥들과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이 있는 골목입니다. 길이 꽤 길지만 예쁜 기념품이나 그릇 등을 파는 가게들이 많고, 간식을 사먹을 수 있는곳도 있어서 두리번 거리며 걸어내려가다보면 다리 아픈 줄 모르고 걷게되는 곳이예요. 어디까지가 산넨자카이고 어디까지가 니넨자카인지는 모호하게 느껴지지만 길 이름이 중요하지 않을 만큼 교토의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예쁜 길입니다. 봄이고 가을이고, 언제 가더라도 늘 사람이 북적거리더라구요. 청수사만큼이나 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명소라고 생각되는 곳입니다.

- 기념품가게의 물건들은 다른 관광지에 비해서 살짝 비싸다싶은 가격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거리의 명성과 어마어마한 관광객 숫자가 반영된 가격이겠지요. 하지만 물건들을 천천히 구경해보니까 퀄리티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나라의 사슴공원이나 청수사 입구의 기념품 가게들은 공장에서 대충 찍어낸 듯한, 뒤집어보면 'made in china' 라고 적혀있을 것 같은 품질의 물건들도 많이 있었거든요. 가격이 비싼만큼 흔하지 않아 보이고, 품질이 나빠보이지 않는 제품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 저는 이 거리에서 간식을 딱 두 번 사먹어봤는데요. 한 번은 간장 맛이 나는 당고를, 한 번은 김이 붙어있는 네모난 과자를 사먹었습니다. 당고는 동그란 경단모양(또는 팥죽에 넣는 새알같은 모양)의 떡을 꼬치에 끼워서 화로에 구워서 먹는 간식입니다. 가게에 따라 바르거나 얹는 소스가 다른데, 이 거리에서 파는 당고는 거의 간장소스를 발라서 구워주는 당고였습니다. 돈키호테에서 포장해서 파는 당고를 생각하고 하나 사먹었는데, 그 작은 당고를 다 먹지 않고 버렸어요. 너무 짰거든요. 돈키호테당고는 짭짤하고 달달한 맛이었는데, 여기 당고는 그냥 간장에 절인듯 짜기만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맛없는 가게에 잘 못 걸린 것 일 수도 있어요. 그 다음 방문 때는 네모난 모양에 김이 붙어있는 튀김과자를 사먹었습니다. 이 과자도 짭짤한 맛이 강렬했어요. 그러고 보니 일본전통과자들은 짜거나 달거나 한 가지에 과하게 충실한 것 같네요.

야사카신사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오다보면, 사찰건물이 여러 곳 보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정자처럼 생긴 건물에 등을 밝게 켜두고 전통의식을 치르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서 경건하게 의식을 치르는 것을 보았는데, 우리나라의 제사같은 풍습이 아닐까 생각하고 지나갔습니다. 사람들이 우르르서서 구경을 하기도 하는데, 솔직히 발견했을 때 잠깐 "우와." 했을 뿐, 보고있자니 조용하고 지루해서 그냥 금새 지나쳐갔습니다.

 

아마도 야사카 신사의 안쪽이라고 생각되는 위치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벚나무가 있습니다. 시골마을의 오래된 고목나무처럼, 나이가 정말 많을 것 같았습니다. 벚나무 자체가 우리나라와는 종자도 조금 다른 것 같고, 우리나라에는 어린 벚나무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런 느낌은 처음으로 받아봤어요. 나무 전체를 사진으로 담기위해서 한참을 뒷걸음질 쳐서 사진을 찍었어요. 나무 크기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크고, 아래로 늘어진 꽃가지들이 묘한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나무 아래에서 올려다보니까 나무가 내뿜는 아우라에 눌리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네요. 깜깜한 밤에 조명을 받고 있는 오래된 벚나무가 굉장했습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오사카여행을 꼭 벚꽃이 피는 계절에 가시기를 권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특히 교토여행은 더 그렇습니다. 교토에 벚꽃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야사카신사 내에 야시장이 열립니다. 오코노미야끼, 타코야끼, 야끼소바, 그 밖의 꼬치요리 등 맛있는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음식을 사먹는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테이블이나 돗자리 등도 설치해놓습니다. 몇년 전, 아무런 정보도 없이 교토에 방문했다가 우연히도 벚꽃축제 야시장을 구경한 일이 있습니다. 아무 기대없이 야사카 신사를 들렀는데, 야시장이 열린 것을 보고 신나서 뛰어다녔습니다. 사람도 많고 먹거리도 많고 조명이 비추는 벚꽃도 너무 예뻤거든요. 노점상에서 파는 음식들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고 맛도 괜찮습니다. 봄에 교토방문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3월말에서 4월초 쯤에 걸쳐서 벚꽃축제 기간을 노려보시기를 바랍니다.  

- 기온거리와 게이샤

야사카 신사 구경을 마치고 도로방향으로 내려오면 신사앞으로 기온거리가 펼쳐져 있습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기온을 기웃기웃 거렸을 때는, 번화가와 상점들 밖에 안보여서 '이게 뭐지?' 싶었어요. 도로가에 있는 번화가는 적당히 구경하시고 안쪽 골목으로 살짝만 들어가보시면 나무로 된 일본전통가옥들이 늘어서 있는 골목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입구에 예쁜 등이 켜있는 식당들 앞에서 사진도 찍고 걸어다니다가 큰 나무대문으로 된 집을 발견했는데요. 평범한 집이라기엔 담이 높고 크기도 너무 커서 한참을 구경했습니다. 그 때 마침 대문이 열리더니 일본전통옷을 입은(사무라이 같은) 나이든 남자 한 분이 밖으로 나왔어요. 그 뒤로 양복입은 신사와 기모노를 입은 여자 한 명이 대문 밖으로 따라나왔습니다. 얼굴과 목까지 온통 하얀 분칠을 한 게이샤를 맞닥뜨린거였어요. 양복입은 신사의 팔짱을 끼고 게이샤가 나풀나풀 걸어나가고 사무라이 같은 남자분은 문앞에 서서 머리가 땅에 닿도록 인사를 하더라구요. 그 대문이 큰 건물은 게이샤있는 요정? 술집이었나봅니다. 저는 기온거리가 예전에 게이샤가 있던 그런 곳들인줄 알았는데, 아직도 게이샤들이 있는 거였어요. 낮에 기온에 갔을 때도 가방을 들고 뒤뚱거리며 외출하는 게이샤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게이샤가 지나가는데 한국인 관광객들이 "게이샤다!" 외치면서 면전에서 사진을 찰칵찰칵 찍어대는데, 그건 보기가 좀 안좋았어요. 그런 행동은 하지 마시고 고운자태의 게이샤를 눈으로만 보고 오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게이샤는 다 미인인줄 알았는데, 나이들고 곱지 않은 그런 게이샤들도 상당수 있긴 했습니다. 너무 기대는 마시고 방문하세요.)

- 벚꽃죽제기간의 교토 방문 시 주의사항

주의사항은 딱 두가지 입니다. 많은 인파와 교통체증이죠. 벚꽃이 피는 기간에 교토는 평소보다 더 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듭니다. 외국인 관광객 뿐만 아니라 내국인들도 벚꽃을 보러 많이 방문을 하는 것 같았어요. 소매치기나 범죄의 위험이 큰 곳은 아니니, 복잡한 것은 조금만 감수하시면 되긴 합니다. 하지만 교통체증은 정말 힘듭니다. 은각사와 철학의 길을 구경하고 다시 기온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었는데, 버스정류장에서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버스를 오래 기다려서 지친 상태로 탑승을 했는데, 버스는 콩나물시루같고, 사람걸음보다 느리게 움직이고, 정말이지 최악이었습니다. 버스가 거북이 걸음이라서 멀미를 할 리도 없는데, 계속 토할것 같은 컨디셨이었어요. 참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버스에서 내려 걷는 것을 선택했을 정도입니다. 저는 그런 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정을 다니느라 녹초가 되었는데, 이 글 읽으시는 분들은 현명하게 일정을 계획하셔서 상큼한 기분으로 여행하시기를 바랍니다.

 

교토여행 산넨자카부터 기온까지의 산책기는 이상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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