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랴쿠지가는 길에 '간사이쓰루패스'가 꼭 필요하다면, 엔랴쿠지에 도착해서 관광할 때 필요한 두가지는 '체력'과 '예습'이예요. 엔랴쿠지는 몹시 넓답니다. 이 안에 숙박할 수 있는 곳이 있을 정도로 넓은 지역이예요. 체력이 방전되었던 저는 다 돌아보지도 못 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교토의 다른 관광지에 비해 영어표기나 한국어 표기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엔랴쿠지에 들어서면서 관광지도를 챙겼지만, 아무리 들여다봐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다른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는 지역으로 줄줄 따라 들어갔습니다.

위 사진은 엔랴쿠지 초입에 위치한 건물이예요. 신발을 벗고 출입이 가능하며, 관광객들이 가장 많은 곳입니다. 엔랴쿠지 내에 꽤 많은 건물들이 있는데, 이 곳이 중심이 되는 본당 같은 느낌이었어요.

돌계단을 따라 한참을 내려 간 뒤에 만난 작고 정갈한 느낌의 건물입니다. 교토 은각사에서 본 모래정원과 비슷한 모습이네요. 일본 사찰의 스님들은 사찰 마당에 모래로 마음수양을 하시는가 봅니다.

걸어도 걸어도 계속 끝없이 길이 나옵니다. 오르막길, 내리막길, 계단, 등산로... 두 다리가 튼튼해서 잘 걷는 저도 지칠만큼 긴 길이예요. 엔랴쿠지 입구에 있는 큰 사찰에만 관광객이 바글바글할 뿐,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사람 마주치는 일도 드물어집니다.

엔랴쿠지 내 어느 사찰 내에 생뚱맞게 벤치가 있어서 앉았습니다. 거기 앉아서 백팩에 챙겨온 빵과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는 힘을 내서 조금 더 산책했어요. 엔랴쿠지 방문하시는 분들, 간식 꼭 챙겨가세요. 당 떨어집니다.

여담인데, 간식을 먹고 있을 때, 어떤 남자분이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한국인은 아니였구요. 혼자 여행 온 중국인이었던 것 같아요. 영어로 뭐라고 자꾸 말을 거는데, 영어를 못한다고 했지만 아랑곳 않고 계속 떠들더라구요. 말을 하면서 계속 입맛을 다시는 것이... 제가 먹을 것을 나눠주기를 바라는 건가 그런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소심하고 겁많은 사람이라 '빵을 좀 줄까?' 속으로 몇 번이나 고민하다가 그냥 말았어요. 한참을 떠들다가 제 반응이 미지근하니까, 인사도 없이 그냥 가버리더라구요. 외향적인 외국인이었다기 보다는 어딘가 부적절하고 불안한 모습이 보여서 저도 말대꾸하고 음식나눠먹기는 싫었던 것 같아요.

단체관광 온 것 같은 일본학생들이 떠들썩하게 지나갈 때, 그 외국인이 제 옆에 앉아서 말을 걸기 시작했는데, 그 학생들이 가버리고 나서는 아무도 없었거든요. 깊은 산속이라 뭔가 음산한 기운도 있었어요. 조용한 사찰 앞 벤치에,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리는 중국인과 단둘이 앉아있었다니, 약간은 소름이 끼치기도 합니다. 그냥 아무런 악의없이 배고픔에 이끌려 저의 선의를 바랬던 중국인이었을 수도 있지만요.

엔랴쿠지를 다 돌아보지는 못 하고 되돌아 나왔습니다. 넓어도 너무 넓습니다. 이 곳을 작정하고 다 둘러보려면 엔랴쿠지 내에 있는 숙박업소를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엔랴쿠지를 샅샅이 돌아보고 빠짐없이 산책할 만큼 사찰에 대한 관심이나 애착은 없으니 이 정도면 됐다 싶습니다.

내려오는 길도 멀어요. 그래도 케이블엔랴쿠지역에서 산아래 경치를 좀 구경하다가 내려왔습니다.

아래 사진의 노란색 건물이 케이블엔랴쿠지 입니다.

 

마지막 사진은 사카모토 케이블을 타고 내려와서 한 컷!

이게 끝이 아니지요. 여기는 사카모토 니까요. 게이한 전차를 타고 교토 시내에 가서 숙소에서 짐을 찾아야합니다. 그리고 열차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오사카에 있는 숙소까지 되돌아가려면 아직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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