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여행의 최대 장점은, 아무 것도 알아보고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행사에서 시키는 것만 준비하고, 내가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환전만 잘 해두면 여행준비는 끝나지 않는가?

정말로 아무 준비 없이 무턱대고 떠난 패키지 여행이었기 때문에, 터키에서 지중해를 볼 수 있는 지를 전혀 몰랐다.

1년 중 가장 춥다는 1월이었다. 폭설이 내려 고속도로에 버스가 갇혀버리고, 근처 휴게소에서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우던 끔찍한 일정속에서, 우리는 그래도 지중해를 만났다. 겨울이라도 지중해는 지중해다. 안탈리아에 도착하자 놀라울만큼 포근한 바람이 느껴졌다. 카파도키아의 매서운 추위가 어제의 것이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안탈리아는 1년 중에 무려 11개월이 휴가온 여행객들로 붐비는 항구도시라고 했다. 우리가 갔던 1월은, 그 나머지 1개월이라는 설명을 듣고 실망을 했다. 실제로 바닷가 인근의 식당들은 모두 문을 꽁꽁 닫고 있었고, 작은 기념품 샵 몇몇이 문을 열고 있었다.

해적선 처럼 보이는 이 배는, 안탈리아 해안을 관광하는 유람선이다. 패키지여행 선택관광에 이 유람선 탑승이 있었지만, 우리는 타지 않았다. 흐린 날씨에 인적드문 바닷가를 유람하기 보다는 인근의 작은 기념품 샵을 들러보고, 커피도 한 잔 하고 싶었다.

유럽여행이라고는 가본 적 없는 나는, 흰색과 파란색 건물과 지붕들이 줄지어 있는 산토리니 바닷가 같은 풍경을 동경한다. 그런 느낌이 좋아서 찍어 본 건물사진이다. 건물 한 가운데를 슬쩍 가리고 있는 저 굵은 나무가 괜히 좋다.

카메라를 갖다 대면서, 맑은 날씨였다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날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추위와 폭설을 떠올려보면 이 정도 날씨도 감사하다. 기온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는 몰라도, 두꺼운 외투를 입고 야외테라스에 앉아서 커피를 마셔도 좋을 만큼 포근했다. 겨울이라는 것은 확실히 느껴졌지만 하늘하늘 부는 바람에 온기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유람선을 타는 1시간 남짓 동안에 열심히 기념품샵을 구경했다. '예쁜 쓰레기'라고 생각되는 기념품들을 여러 개 사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 지중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좋은 카페였다. 여기는 일년 내내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서 가게 좌석 대부분이 야외에 오픈이 되어있었다. 실내에 좌석이 있기는 했지만, 날씨도 포근했고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바깥자리에 앉았다. 우리가 갔던 1월에는 너무나 조용한 가게였지만, 기온이 높은 계절에는 이 카페에도 손님들이 바글바글대고 있겠지 싶었다. 서빙을 해주시는 친절한 아저씨께 사진도 한 장 부탁하고, 맛있는 커피도 마셨다. 카페라떼를 주문했는데, 맛은 우리나라 커피 맛과 비슷하다.

터키여행을 마치고 와서 알았지만, 터키해안가의 서쪽에 내가 괜히 가보고 싶었던 산토리니가 있었다. 긴 시간 비행기를 타고, 그 곳에 가 볼 기회가 다시금 있을까? 먹고 사는 일에 치이고 치여서 이제는 멀리 떠나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미친척하고 떠났던 터키여행이, 그래도 대견하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말주변 좋던 키작은 가이드아저씨의 말이 떠오른다. 터키도 나름 유럽이라고, 여기도 나름 지중해라고 말이다. 나도 가봤다. 유럽.. 지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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