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3박을 묵었던 숙소, 게스트하우스 '산티아고'의 후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간사이 지역에서 4주간 머물렀던 저는, 빠듯한 예산때문에 저렴한 숙박비를 우선으로 숙소를 선정했습니다. 그 다음은 숙소의 위치 그리고 시설 순으로 고려하여 예약한 숙소입니다.

4주 정도 되는 일정동안에 숙박비 예산이 70만원 남짓이었기 때문에, 1박에 3만원이 넘어가는 숙소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해외 호텔사이트에서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니까, 교토가 오사카보다는 숙박비가 조금 더 비싸더라구요. 오사카에서는 손바닥만한 방이더라도 개인공간이 있는 곳을 찾아서 예약했는데, 교토에서는 제 예산으로는 방은 어림도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바로 포기를 했습니다. 그냥 도미토리로 예약 가능한 게스트하우스를 몇 군데 뽑아서 비교를 해보았는데, 또 한 차례 멘붕이 왔어요. 대부분 남녀가 구분없이 사용하는 혼성 도미토리 더라구요. 그래도 한국은 남녀 구분하여 숙박하는 도미토리들이 많이 있잖아요. 외국은 우리나라와는 문화가 다르다는 걸 또 한 번 피부로 느꼈습니다. 이런 저런 조건들을 모두 포기하고 1박에 3만원이 안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한 곳이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 입니다. 사실, 오사카 숙소 두 곳과 히코네 숙소까지 예약하느라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라서 교토의 숙소는 조금 대충대충 예약을 했다는 말이 맞겠네요. 어찌됐는 교토에 머무르는 동안 내 한 몸 뉘일곳은 예약을 해두었으니, 그럼 된겁니다.

- 숙소 위치와 교통

산티아고는 기요미즈데라(청수사)와 인접한 곳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입니다. 그래서 주변에 지나다니는 관광객들이 많고, 버스노선도 많이 지나고 있어서 다른 관광지로 이동하기 편리합니다. 왼쪽에 있는 지하철 기요미즈고조역과는 500m쯤 떨어져있고, 북쪽에 있는 야사카 신사까지는 600~700m정도 떨어져있어서 충분히 걸어다닐 만한 거리입니다.

숙소에 체크인하기 위해서 찾아갈 때, 기요미즈고조 역에서 내려 숙소까지 걸어갔었는데, 캐리어를 끌로 이동하기에는 살짝 지칠만한 거리였지만, 백팩 하나 메고 지하철을 타러 갈 때는 무척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 편의시설

오사카는 어떤 동네라도 주변에 많은 편의점과 수퍼마켓이 있기 마련이지만, 교토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사카보다는 편의점의 숫자가 적고, 곳곳에 자판기만 보일 뿐, 수퍼마켓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산티아고에 숙박하면서 무척 반가웠던 것은. 야사카신사 방향으로(기온방향) 200m쯤 올라가면 꽤 큰 체인수퍼마켓이 있었다는 겁니다. 오사카의 타마데 마켓처럼 화려하고 먹음직스러운 도시락이 많이 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신선한 샐러드와 소박한 초밥도시락, 절인 채소와 어묵같은 반찬거리 정도는 살 수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공용냉장고가 있기때문에, 1리터짜리 오이시이 우유와 명란젓을 사두고 매일 야금야금 꺼내먹었습니다. 이 곳 수퍼마켓에 파는 즉석밥과 반찬을 사두고 아침밥을 간단하게 차려먹고 다녔더니 경비도 절약되고 시간도 아낄 수 있었어요. 편의점은 기온거리 근처에 많이 있습니다.

오사카와는 또 다르다고 느낀 점이, 길거리에 저렴한 식당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한국의 김밥천국이나 분식점 같은 곳 말이예요. 오사카에서는 체인점 '요시노야' 같은 간단한 고기덮밥이나 카레 등을 파는 만만하고 저렴한 식당들이 동네에 널려있어서 아침에 간단히 한 그릇 사먹기 좋습니다. 가격도 500엔 이하로 저렴하고 양도 많지 않아서 아침에 숙소에서 나와 한 끼 때우기에 딱 좋은 그런 식당 말입니다. 산티아고 주변에는 그런 식당은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주로 수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와서 아침식사를 하고 나갔습니다.

 

- 게스트하우스 내부 시설

가장 중요한 게스트하우스의 내부 시설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일단 건물 1층은 카페입니다. 게스트하우스와는 별개의 카페이지만, 운영자가 같은 분인지, 숙박하는 사람이 브런치를 사먹을 때 할인혜택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저는 사먹지 않았습니다. 기름진 소시지와 에그스크럼블 같은 브런치는 밖에서 먹는 것으로 충분하니까요. 아침에는 무조건 밥을 먹었습니다.

카페 좌측에 나있는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 게스트하우스 데스크가 있습니다. 청소시간에는 데스크에 직원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데스크 바로 옆 휴게공간에 앉아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휴게실은 그리 넓지는 않지만 공용 냉장고와 전자렌지, 정수기, 인터넷검색을 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습니다. 휴게실과 마주보는 작은 방은 캐리어를 보관해두는 창고입니다. 저도 체크아웃하는 날, 이 곳에 캐리어를 맡기고 저녁까지 놀다가 짐을 찾아서 오사카로 돌아갔었습니다.  

산티아고는 좁고 긴 건물이라서 객실은 3층과 4층에 있습니다. 화장실은 각 층마다 2칸씩 있는데, 늘 청결한 편이었고, 갈 때마다 비어있어서 줄을 서거나 기다린 적은 없습니다. 제가 묵었던 3층의 객실은 16인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객실 문을 열면 양쪽으로 침대가 4개씩 2층으로 되어있습니다. 프레임을 가져다가 설치하는 2층 침대가 아니라 목재로 방자체에 침대형 구조를 심어놓은 것이라서 침대에 올라가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심하게 나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지요. 저는 1층을 사용했는데, 2층에 덩치가 엄청 큰 중국인 남성분이 사용을 하셔가지고 조금 불편하고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사다리를 이용해서 올라가실 때 마다 쿵쿵거리면서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1층 침대 밑에 넓은 공간이 있어서 캐리어를 두고 사용하시면 되고, 침대에는 커튼이 달려있어서 외부시선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각 침대마다 콘센트가 있어서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도 있고, 개인조명도 달려있습니다. 문을 닫을 수 있는 사물함 같은 공간도 있는데, 폭이 너무 좁아서 그냥 화장품이나 물병 올려놓는 용도로만 사용했습니다. 객실 밖에 자물쇠가 달린 사물함이 있으니 가지고 다니기 힘든 귀중품은 그 곳에 보관하시면 됩니다. 샤워실은 2층 데스크 옆에 있고, 수용인원이 많다 보니까 샤워실 칸이 많습니다. 오전 시간에 외출하는 사람들이 조금 몰리기는 하지만 그 시간 외에는 한산합니다.

 

- 숙박 후 총평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의 위치나 숙박비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우나 남녀 혼성 도미토리라는 점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관광객들이 숙소에 머무르는 시간은 많지 않으니 16인실이라고 해도 객실이 시끄럽거나 복잡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새벽시간에도 객실을 드나드는 사람이 몇몇있고, 시끄럽게 코를 고는 사람이 한 두사람 꼭 있다는 점은 각오하고 가셔야 합니다. 첫날은 도미토리에 적응이 잘 되지 않아서 잠을 좀 설쳤고, 둘째 셋째날은 낮에 어머어마하게 걸어다닌 덕분에 피곤에 쩔어서 푹 잘 잤습니다.

여행가서 휴식을 편안하게 잘 취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비지니스 호텔이나 시설좋은 숙박업소를 찾으시면 좋겠어요. 저처럼 비용을 제일 먼저 고려하시거나, 외국인 여행자들과의 교류와 배낭여행의 낭만같은 것을 추구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할 만한 게스트하우스예요. 제가 머문 객실만 해도 중국인, 독일인, 미국인, 한국인 등 여러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있었고, 특히 배낭여행 온 백인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상으로 교토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의 숙박 후기를 마치도록 할게요~

궁금한 점은 글 남기시면 대답해드립니다.

도움 되셨다면 공감!! 부탁드려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