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JR을 타고 1시간을 더 이동하여 도착한 히코네 마을.

히코네에서 이틀간 지냈던 게스트하우스 '무가'와 함박스테이크 맛집 '스위스'에 대해서 알려드릴게요.

일단, 히코네 방문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저보다는 일찍 도착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저녁 8시쯤 히코네역에 도착을 했더니, 깜깜했어요. 시골마을이라 가게들도 일찍 문을 닫더라고요. 열려있는 상점이라고는 편의점 뿐, 숙소를 찾기위해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니, 편의점 불빛조차 보이지 않아서 심장이 콩닥콩닥 했답니다.

지도에 표시된 부분이 게스트하우스 '무가' 입니다. 히코네 역에서 직진-좌회전-직진-우회전을 반복하면 찾아갈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숙소를 찾기까지 험난한 여정을 경험했습니다. 원래 지도를 잘 못 보는 지도무식자라서 긴가민가하면서 찾아다녔는데, 큰도로에서는 숙소가 보이지 않아서 지나쳐버린 것입니다. 숙소를 지나쳐서 강이 흐르는 다리까지 내려가버려서 아차싶어서 얼른 뒤돌아섰습니다. 때마침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여학생이 있어서 어렵게 길을 물어봤어요. 그런데 이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알리가 없는 학생은 지도를 물끄러미 보다가 강 건너 엉뚱한 방향을 가리켰어요. 분명히 강을 건너기 전에 위치해있는 곳인데 말이죠. 순간, '아, 이 학생도 지도무식자구나.' 생각하면서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인사를 하고 다시 저는 제 갈길을 갔습니다.

혹시나 게스트하우스 무가에 방문하실 분들을 위해서 숙소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위 지도에 표시된 프렌드 마트를 찾으시면 쉽습니다. 당시에는 정확한 이름도 모르고 왔는데, 지금보니까 이름이 프렌드네요. 이 수퍼마켓은 큰 길가에 있어서 방향만 맞게 이동하셨다면 쉽게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숙소는 수퍼마켓 뒤쪽에 위치한 주차장을 통과하여 마을쪽으로 난 골목길로 들어가시면 바로 찾을 수 있어요. 대문이 나무로 된 오래된 단층 건물인데, 문 옆에 한자로 '무가'라고 적인 나무 현판이 있습니다. 큰 캐리어를 달달 끌고 온동네를 누비며 찾아다니던 이 숙소를 마주했을 때, 저는 막 눈물이 날 것같이 감격했답니다. 하루 일정이 너무 고단했는데, 숙소를 못 찾고 노숙하는 상황까지 오게될까봐 겁이 좀 났었거든요. 이 동네에는 거리에 비지니스 호텔이나 다른 숙박업소 조차 보이지가 않아요. 가정집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는 아마 몇군데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골목 안쪽에 있거나 눈에 잘 띄지는 않으니, 꼭 숙소를 예약하신 뒤 위치를 잘 알아보고 방문하세요.

첫 날은 씻고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고, 늦잠자고 일어나서 숙소를 살펴봤습니다. 안채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인 부부가 거주하고 있고, 손님들도 들어가서 부엌과 마루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별채가 손님들이 묵는 객실이며, 방이 총 2개있고, 도미토리로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아마도 남녀 나누어서 손님을 받는 것 같았어요. 위의 사진은 별채에 있는 세면대 입니다. 가운데 쌓여있는 천조각은 손을 씻고 물기를 닦으라 두신거예요. 짜투리 천으로 직접 만든 것 같은데, 사용한 수건은 아래에 있는 세탁통에 넣으면됩니다.  세면대 앞에는 욕실 한 칸과 화장실 한 칸이 있어요.

객실에는 아래층에 2명, 위층에 2명이 지낼 수 있는 이층침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캐리어를 둘 곳이 마땅치 않아서 바깥에 두었어요. 제가 묵었던 때는 저랑 외국여성분 한 분, 이렇게 두 명밖에 없어서 널널하게 사용했습니다.

제가 누워있는 자리에서 바라본 마당풍경입니다. 방 한쪽 벽이 저렇게 큰 창으로 되어있어서 옷을 갈아입거나 잘 때는 커튼을 치고 낮에는 열어두었어요.

이 곳은 안채에 있는 마루예요. 게스트하우스 주인 부부가 머무르는 곳이지만, 손님들이 식사하거나 쉴 때, 부엌과 마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마당에서 안채로 들어가는 저 여닫이 문이 뻑뻑해서 잘 열리지가 않았는데, 때마다 주인아저씨께서 달려와서 열어주신 게 조금 미안했어요. 저는 이 곳 게스트하우스가 아주 오래된 가옥이라고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그 때 주인아저씨께서 설명을 해주셨답니다. 마루에 나있는 여닫이 문이 100년도 더 된 문이라서 여닫기가 힘들다고요. 문은 틀만 나무로 되어있고, 안쪽은 유리판으로 되어있었어요. 문을 만들었을 당시에는 유리를 평평하게 만드는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유리에 굴곡이 있어서 부드럽게 열리지 않는다고 설명해주셨어요.

여담이지만 정말 신기하지요. 저는 영어를 1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외국여행을 가도 한국말을 하면서 손짓발짓을 하거나 아는 영어단어 한마디 뱉는게 전부인데, 주인아저씨께서 설명해주시는 말을 거의 알아들었다는게 신기하지 않나요? 중학교때부터 대학교 교양영어까지, 정말 쓸데없는 공부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100프로 헛일은 아니었나봅니다. 물론 아저씨께서 아주 천천히, 쉬운 단어만 선택해서 영어로 말씀해주시긴 했습니다. 그 전날 체크인 할때부터 맹~한 제가 영어 한마디 할 줄 모른다는 걸 간파하셨거든요. 감사합니다. 아저씨! 

이 사진은 안채에서 찍은 마당 사진입니다. 건너편에 별채가 보이시죠? 하얀 커튼이 쳐져있는 제 방도 보입니다. 햇볕 따뜻하게 들어오는 오전시간에 안채 마루에 앉아서 따뜻한 차 한잔, 책 한권 섭취하는 것도 나른하고 좋은 일정일 것 같아요. 저는 책이 없어서 그냥 멍때리고 앉아서 차 한잔을 마셨습니다. 빡빡한 관광일정이라면 엄두도 못 냈을 여유죠. 낯선 외국의 낯선 마을에서, 조금은 이국적인 마당풍경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앉아서 생각에 잠기는 시간. 쓸쓸하고 불안한 마음이 가슴 한 켠에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요. 조용하고 아늑했던 게스트하우스 '무가'가 저에게는 그립고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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