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붉은달 푸른해가 종영했다.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주제와 미스터리 장르의 특성상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드라마가 되기는 어려움이 있다. 동시간대에 송혜교, 박보검 주연의 '남자친구' 가 방송하고, 장나라가 활약하는 막장냄새나지만 매력적인 '황후의 품격'과 경쟁했으니 더 그랬을거다.
붉은달 푸른해는 시청률 5~6%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그 정도면 선방한 것이라 생각한다. 시청률 문제를 떠나서 스토리가 탄탄했고, 연출이 좋았다. 출연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고, 귀여운 아역들의 연기조차 허술함이 없어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였다. 내가 재밌고 만족스럽게 봤으니 그거면 된거다.

그런데 마지막회를 보고나서 조금은 엉뚱한 의문이 생겼다.
마지막회에서 이미 죽음을 맞이한 고아 은호(차학연)의 친형이 정신과 의사 윤태주로 밝혀졌고, 그가 범인인 붉은 울음이었다. 어릴적 부모에게 버려진 형제가 따로 자라다가 우연히 다시 만나 같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설정.
그런데 아기였던 은호가 고아원에서 자라게 되고, 그 보다 11살이 더 많은 형은 미국으로 입양은 갔다는 설정은 썩 매끄럽지 않다. 보통 입양은 어릴수록 더 유리하다. 입양하는 부모들도 인격형성이 거의 다 된 큰 아이보다는 어린 아이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을 수록 입양가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
함께 발견되어 보호를 받은 형제 중에 아기였던 은호는 입양을 못가고 열 몇살 먹은 형만 미국까지 입양가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은호와 태주의 외모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
은호(차학연)는 아무래도 극중에서 형사로 등장하는 이이경과 닮은 것 같다. 사실 드라마 방영 초반에.. 두 사람이 어릴 때 헤어진 형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약간은 있었는데, 전혀 다른 인물이 형으로 나와서 허탈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언제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두 사람이 형제로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은 엉뚱하고 주관적인 의문점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생각은 그렇다.
이제 수목에는 뭐보나? 오늘부터 드라마 뭐하는지 살펴봐야겠네.

패키지 여행의 최대 장점은, 아무 것도 알아보고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행사에서 시키는 것만 준비하고, 내가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환전만 잘 해두면 여행준비는 끝나지 않는가?

정말로 아무 준비 없이 무턱대고 떠난 패키지 여행이었기 때문에, 터키에서 지중해를 볼 수 있는 지를 전혀 몰랐다.

1년 중 가장 춥다는 1월이었다. 폭설이 내려 고속도로에 버스가 갇혀버리고, 근처 휴게소에서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우던 끔찍한 일정속에서, 우리는 그래도 지중해를 만났다. 겨울이라도 지중해는 지중해다. 안탈리아에 도착하자 놀라울만큼 포근한 바람이 느껴졌다. 카파도키아의 매서운 추위가 어제의 것이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안탈리아는 1년 중에 무려 11개월이 휴가온 여행객들로 붐비는 항구도시라고 했다. 우리가 갔던 1월은, 그 나머지 1개월이라는 설명을 듣고 실망을 했다. 실제로 바닷가 인근의 식당들은 모두 문을 꽁꽁 닫고 있었고, 작은 기념품 샵 몇몇이 문을 열고 있었다.

해적선 처럼 보이는 이 배는, 안탈리아 해안을 관광하는 유람선이다. 패키지여행 선택관광에 이 유람선 탑승이 있었지만, 우리는 타지 않았다. 흐린 날씨에 인적드문 바닷가를 유람하기 보다는 인근의 작은 기념품 샵을 들러보고, 커피도 한 잔 하고 싶었다.

유럽여행이라고는 가본 적 없는 나는, 흰색과 파란색 건물과 지붕들이 줄지어 있는 산토리니 바닷가 같은 풍경을 동경한다. 그런 느낌이 좋아서 찍어 본 건물사진이다. 건물 한 가운데를 슬쩍 가리고 있는 저 굵은 나무가 괜히 좋다.

카메라를 갖다 대면서, 맑은 날씨였다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날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추위와 폭설을 떠올려보면 이 정도 날씨도 감사하다. 기온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는 몰라도, 두꺼운 외투를 입고 야외테라스에 앉아서 커피를 마셔도 좋을 만큼 포근했다. 겨울이라는 것은 확실히 느껴졌지만 하늘하늘 부는 바람에 온기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유람선을 타는 1시간 남짓 동안에 열심히 기념품샵을 구경했다. '예쁜 쓰레기'라고 생각되는 기념품들을 여러 개 사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 지중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좋은 카페였다. 여기는 일년 내내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서 가게 좌석 대부분이 야외에 오픈이 되어있었다. 실내에 좌석이 있기는 했지만, 날씨도 포근했고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바깥자리에 앉았다. 우리가 갔던 1월에는 너무나 조용한 가게였지만, 기온이 높은 계절에는 이 카페에도 손님들이 바글바글대고 있겠지 싶었다. 서빙을 해주시는 친절한 아저씨께 사진도 한 장 부탁하고, 맛있는 커피도 마셨다. 카페라떼를 주문했는데, 맛은 우리나라 커피 맛과 비슷하다.

터키여행을 마치고 와서 알았지만, 터키해안가의 서쪽에 내가 괜히 가보고 싶었던 산토리니가 있었다. 긴 시간 비행기를 타고, 그 곳에 가 볼 기회가 다시금 있을까? 먹고 사는 일에 치이고 치여서 이제는 멀리 떠나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미친척하고 떠났던 터키여행이, 그래도 대견하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말주변 좋던 키작은 가이드아저씨의 말이 떠오른다. 터키도 나름 유럽이라고, 여기도 나름 지중해라고 말이다. 나도 가봤다. 유럽.. 지중해..

 

터키의 여행코스는 주로 이스탄불에서 시작하여 앙카라, 카파도키아, 안탈리아로 이어진다. 공항이 있는 이스탄불은 북서쪽으로 치우쳐져 있으며 불가리아, 그리스와 인접해있다. 수도인 앙카라는 이스탄불보다 동쪽에 있고, 카파도키아는 그 보다 더 동남쪽에 위치해있다. 터키여행자들이 방문할 수 있는 가장 동쪽 관광도시가 카파도키아라고 생각한다. 카파도키아 동쪽에도 터키의 영토가 있지만, 남쪽에 있는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등 분쟁이 많은 국가들과 인접해있고 IS의 영향도 있어서 관광객들은 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카파도키아는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성된 독특한 지형들이 특징적인 도시다. 오랜시간에 걸쳐 풍화작용이 일어나면서 유명한 버섯바위들이 만들어졌고, 이 바위들의 무른 성질 때문에 사람들이 굴을 파고 들어가 살기도 했다. 벨기에의 한 만화가가 이 버섯바위를 모티프로 스머프 마을을 상상해내고 만화로 탄생시켰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사실, 이 버섯바위에는 슬픈 역사가 묻어있기도 하다. 기독교 박해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람들이 죽임을 당할 때, 기독교인들이 목숨을 건지기 위해 바위굴을 파고 숨어들었다고 한다. 카파도키아에는 버섯바위 뿐만 아니라 큰 규모의 지하도시도 존재한다. 신기하고 신비로운 지형과 기암괴석 뿐만 아니라 종교박해의 역사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매우 추운 날씨에 도착했던 카파도키아. 두꺼운 옷을 입고 스카프를 칭칭 둘러맸지만 어쩔 수 없는 추위에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드넓게 펼쳐지 괴이하고도 웅장한 카파도키아의 지형에 입이 떡 벌어졌었다. 사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좋은 경치는 눈에 가득 담고 기억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나였지만, "이 장면은 사진에 담아야해!" 하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볼품없는 카메라와 사진실력으로는 그 좋은 경치를 이 정도 밖에 담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사진들을 열어보면 그 때의 벅찼던 느낌이 다시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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