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이직하면서 1달, 2달 여유가 생겼을 때, 방학동안 의미있는 경험을 하고 싶을 때, 외국에 나가 한 달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여행경비가 많이들까봐? 외국어를 전혀 못해서? 여자 혼자라 위험해서?

일본어 전혀 못 하는, 평범한 여자사람인, 부자이지도 않은, 그런 제가 오사카지역에서 200만원으로 한 달을 지내고 온 경험을 블로그에 담고 있어요.  마음은 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서 떠나지 못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제 블로그 보시고 용기내서 다녀오셨으면 좋겠어요.

 

낯선 곳에서의 한 달간의 생활,

불안하고 외롭고 아프기도 했던 그 4주 동안에, 나를 짓눌렀던 한국에서의 걱정과 압박들이 조금씩 벗어나 지더라구요. 동동거리며 바쁘게 살았던 저의 모습을 제 자신이 아닌 외부의 시선으로 돌아보게 되었어요. 그 한 달 간의 여행을 기점으로 삶을 대하는 저의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요. 빡빡한 일정으로 해외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사진찍기 바쁜 그런 여행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어요.

직장을 잃고, 연인도 떠나가고, 가족들과 사이가 틀어져서,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바닥을 쳤던 순간, 더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떠났던 긴 여행이예요. 돈과 시간이 넘쳐서 떠났던 그런 여행이 절대 아니었어요. 어쩌면 내 인생의 마지막 여행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떠난 여행에서, 다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어 돌아왔다고 하면 너무 오글거릴까요?

 

제가 가장 오래 머물었던 숙소, 백패커스 호텔 토요가 위치한 지역, 지하철 도부쓰엔마에역이 있는 곳. 지금도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예요. 어떤 관광지보다 제가 애착을 갖게 된 이 지역에 대해서 오늘 살펴볼까합니다. 장기여행으로 저렴한 숙소를 찾고 싶으신 분은 끝까지 정독해주세요.

 

아래는 제가 2주 넘게 지냈던 지역의 지도 인데요, 초록색으로 표시해둔 에비스초, 도부쓰엔마에, 덴노지는 지하철역입니다. 지하철 한 정거장 정도는 걷는 것 싫어하시는 분들도 걸어다닐 만한 거리예요. 그러니까 이 지도는 숙소에서 도보로 다니기에 충분히 가까운 지역만 담아놓은 것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1번. 호텔밀집지역

 

이 곳이 제가 숙박한 토요호텔이 있는 곳입니다. 숙소편에서 소개해드렸던 라이잔호텔, 호텔타이요, 호텔미카도가 모두 이 곳에 있어요.  저렴한 호텔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라 선택의 폭은 넓습니다. 지하철 도부쓰엔마에역과 도보로 1~2분 거리예요. 제 기억으로는 지하철역 2번출구에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 곳 말고는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있는데 제가 못 찾은거겠지만요. 캐리어들고 이동할 때는 계단은 좀 힘드니까 2번 출구 이용하시구요. 저는 내려갈 때는 그냥 캐리어 들고 계단으로 내려갔어요.

 

2번. 돈키호테 신세카이점

 

숙소 인근에 돈키호테가 있으면, 게임 끝난거 아니겠어요?  1번 지역에서 큰길 횡단보도 하나 건너고, 철도 아래 지하도만 지나면 돈키호테가 보입니다. 도보로 5분거리예요. 건물 1층에는 파칭코와 편의점이 있고, 에스컬레이터로 2층에 올라가시면 돈키호테가 있습니다.

일본여행이 처음이신 분이 있다면, 돈키호테가 뭐냐고 하실텐데요. 돈키호테는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체인으로 된 대형상점입니다. 우리나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상품 종류들 중에서 대형가전제품이나 신선식품, 가구 등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관광객들이 기념으로 사갈만한 상품들 위주로 판매하고 있는 곳이라 늘 한국인들이 북적거리는 곳이예요. 과자, 통조림, 주류, 안주 등 식품류 부터 손수건, 우산, 잠옷, 인형 등 기념이 될 만한 상품들, 화장품, 소형 전자제품, 명품시계까지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어요. 처음 들어섰을 때는, 상점 자체가 조잡해보이고 복잡해서 깜짝 놀랐는데, 구경하다 보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니게 되더라구요.

 

- 돈키호테 신세카이점 vs 도톤보리점

남바 도톤보리에 있는 2개의 돈키호테가 있는데, 한 건물 전체가 돈키호테로 되어있죠. 1층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일본과자나 세일하는 제품 들이 있고 위층으로 이동하면 화장품,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을 분류하여 층층마다 다른 제품들을 팔고 있어요. 돈키호테 신세카이점은 건물 2층만 돈키호테이고 굉장히 넓습니다. 우리나라 대형마트처럼 되어있어서, 도톤보리점보다 편리한 점이 많아요. 가장 편리한 점은 카트가 있다는 것이죠. 도톤보리점은 엘리베이터가 있긴 하지만, 하나 밖에 없고 좁아서 손님들이 이용하기는 힘들어요. 박스에 든 물건을 옮길 때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용도이고, 손님들은 계단을 걸어서 이동합니다. 플라스틱 장바구니를 들고 1층부터 6층까지 구경하고 나면 다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그랬던 기억이 있어요.

신세카이점도 플라스틱 장바구니를 사용하지만, 이 장바구니를 얹어서 이동할 수 있는 카트가 비치되어 있어요. 우리나라 마트처럼 크고 불편한 카트가 아니구요. 스텐으로 된 작은 카트인데, 뼈대만 있어서 장바구니를 고정하고 끌고 다닐 수 있어요. 장바구니를 위에 하나 놓고 아래에 하나 더 놓을 수 있기 때문에, 장바구니 2개를 끌고다니면서 쇼핑할 수 있답니다. 계단으로 이동하는 구간이 없기 때문에 카트 이용이 가능한 것이죠.(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도 이런 카트를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큰 카트는 끌기 부담스럽고, 장바구니는 무겁고 불편해요.)

판매하는 물건들을 비교해보자면, 관광객들이 기념으로 살 만한 물건들은 도톤보리점이 조금 더 다양한 것 같아요. 손수건을 4장에 만원 정도에 판매하길래, 지인들에게 주려고 골라봤었는데, 신세카이보다는 도톤보리에 예쁜 손수건들이 더 많이 있었어요. 우산 고를 때도 그랬던 것 같네요. 녹차키캣이랑 사케가 든 키캣도 도톤보리점에서 샀는데, 종류자체는 도톤보리점이 더 많지만, 조금 더 복잡하고 정신이 없는 구조때문에 물건 고르기는 약간 더 어려워요. 물건들 사이에 통로가 워낙 좁고, 관광객들도 많아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녀야해요. 반면 신세카이점은 우리나라 마트처럼 통로사이에 공간이 어느 정도 확보가 되어있고, 관광객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카트끌면서 여유있게 물건고르기는 좋답니다.

참고하실 점은, 도톤보리점에는 공산품만 판매하고, 신세카이점에는 식품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도톤보리에는 주로 포장된 과자 등의 공산품만 있고, 신세카이에는 도시락이나 저렴한 조각케이크, 샐러드, 간식 등 냉장식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도 신세카이는 우리나라 대형마트와 유사해요. 저는 도톤보리 신세카이점에서 간식으로 간장과 꿀맛나는 당고, 바나나 조각케이크를 사먹어봤는데요. 둘 다 100엔정도로(세금포함 한화 1100원정도 입니다. )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는데, 맛이 꽤 괜찮았어요. 일본 물가 비싸다는 말은 정말 옛말이죠. 우리나라에 1100원짜리 조각케이크가 있기나 한가요.

만약 일정 중에 돈키호테 신세카이와 도톤보리점을 모두 들르게 되신다면, 숙소가기 직전에 들른 곳에서 기념품을 사세요. 이것저것 사모을 때는 뿌듯하지만 들고 다니려면 양팔이 빠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되니까요. 오사카 자유여행은 많이 걸을 수 밖에 없으니까 짐은 줄이고, 양팔은 가볍게, 꼭 필요한 것은 백팩에 넣어서 다녀야지 덜 지칩니다.

 

글 쓰다보니 돈키호테 쇼핑 팁에 대해서도 설명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도부쓰엔마에 지역 살펴보기를 끝내고 돈키호테편도 올리도록 할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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